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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그럴듯한 디자인, 정말 좋은 디자인일까

안녕하세요. 디라이브에서 UX디자인 연구를 맡고있는 김책임입니다.
최근 디자인을 하면서 AI를 사용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레퍼런스를 찾을 때도,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도, UX 문구를 고민할 때도 AI를 활용합니다. 때로는 화면의 구조나 디자인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특히 차량 관제 서비스를 디자인하면서는 AI를 활용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차량 관제 서비스는 일반적인 서비스보다 다루는 정보가 많습니다. 차량의 위치부터 운행 상태, 차량 정보, 운행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한 화면 안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AI에게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량 관제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면 어떤 화면이 좋을까?”
AI는 빠르게 여러 가지 답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런데 그 답을 보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는 정말 그럴듯한 답을 잘 만든다는 것.
AI가 만들어준 화면은 그럴듯했습니다
AI에게 화면 구성을 요청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결과가 나옵니다.
카드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컬러도 정돈되어 있고, 적당한 여백도 있습니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UI 패턴도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처음 봤을 때는 딱히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보면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이 화면을 실제 관제 담당자가 하루 종일 본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AI가 차량 정보를 카드 형태로 예쁘게 정리해줬다고 했을 때, 차량 한 대의 정보를 보기에는 깔끔합니다.
그런데 관제 담당자가 수십 대의 차량 상태를 빠르게 비교해야 한다면?
예쁜 카드 여러 개를 하나씩 확인하는 것보다 정보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테이블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이 경험을 하면서 AI를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AI는 여러 가지 디자인을 빠르게 만들어주지만, 그중 어떤 것이 우리 사용자에게 필요한지는 디자이너가 판단해야 합니다.
때로는 AI가 만들어준 결과를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AI가 만드는 것과, 무엇을 선택할지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어졌지?”
“우리 서비스에서도 이게 맞을까?”
처음에는 AI에게 완성된 결과를 요청했습니다.
“이 화면 만들어줘.”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질문하려고 합니다.
“이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서 혼란을 느낄까?”
“이 정보를 한눈에 비교해야 한다면 어떤 구조가 적합할까?”
“이 기능을 없애도 사용성에 문제가 없을까?”
완성된 답을 얻기 위한 질문보다, 제가 놓치고 있던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AI의 답이 항상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때로는 제 생각과 반대되는 방향을 요청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AI는 완성된 디자인을 대신 만들어주는 도구라기보다 디자인 과정에서 생각을 확장하는 대화 상대에 가까워졌습니다.
결국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많은 결과물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통해 더 많이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I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AI가 발전하면서 디자인의 많은 과정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레퍼런스를 찾는 시간도 줄어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디자인 결과물을 AI가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능력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고,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AI가 만들어낸 결과가 실제 서비스에서도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것.
저는 이것이 앞으로 디자이너가 더 중요하게 가져가야 할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디자인을 잘하는 시대가 올수록, 디자이너는 더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차량 관제 서비스를 디자인하면서 AI를 사용해본 경험은, 저에게 AI가 디자이너를 대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하기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정말 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직 그 답을 완전히 찾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무엇을 만들어냈는지가 아니라,
왜 이것을 선택했는지, 무엇을 버렸는지, 그리고 정말 이것이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