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인사이트
기능이 많을수록 좋은 서비스일까? 부제: “이것도 넣어주세요”의 끝은 어디인가

✨ 기능이 많을수록 좋은 서비스일까?
안녕하세요, 디라이브에서 UI/UX 디자인을 하고 있는 박팀장입니다. 🙋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정말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 기능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버튼 하나를 추가하고, 메뉴 하나를 추가하고, 정보를 하나 더 보여주는 것. 개발할 수 있다면 사용자에게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사용자가 쓸 수도 있는데 굳이 빼야 하나?”
그런데 여러 프로젝트에서 화면을 만들고, 실제 사용 흐름을 고민하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기능이 많아지는 것과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 “이 기능도 넣어주세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의견이 들어옵니다. 특히 실제 서비스를 오래 사용해왔거나 업무를 잘 알고 있는 분들과 협업하다 보면 “있으면 좋겠다”는 기능이 계속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차량 관리 서비스를 만든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사용자가 차량을 선택하고 예약하는 간단한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요구가 하나씩 등장합니다.
“차량별 최근 운행 기록도 바로 보여주면 좋겠어요.”
괜찮습니다. 그러다 또 하나가 추가됩니다.
“예약하면서 담당자 정보도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화면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 차량 예약
- 차량 상태
- 최근 운행 기록
- 담당자 정보
- 주행거리
- 운행 횟수
- 차량별 알림
- 차량별 메모
- 관리 이력
각각의 기능만 보면 모두 필요한 정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한 화면에 넣고 나면 문제가 생깁니다.
사용자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 정보는 늘었는데, 왜 더 어려워졌을까?
디자이너 입장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여기입니다.
기능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화면은 조금씩 복잡해집니다. 처음에는 버튼 하나였습니다. 그다음에는 버튼 옆에 설명이 붙습니다. 그다음에는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영역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설정까지 필요해집니다.
결국 처음에는 간단했던 화면이 이렇게 변합니다.
예약하기 → 차량 선택 → 예약 정보 확인
에서
차량 선택 → 차량 상태 확인 → 운행 기록 확인 → 담당자 확인 → 설정 확인 → 예약 조건 확인 → 예약
으로 바뀌게 됩니다.
기능은 분명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사용자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UI/UX에서는 단순히
“이 기능이 필요한가?”
만 생각해서는 부족합니다.
“이 기능이 지금 이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
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 실제로는 ‘기능’보다 ‘맥락’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차량을 예약하는 화면에서 ‘최근 운행거리’라는 정보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정보 자체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차량을 예약하는 순간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일까요? 만약 예약하기 위해 차량을 비교하는 상황이라면 유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이미 배정된 차량의 예약 시간을 확인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시선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같은 정보라도 언제,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보여주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기능을 추가할 때 이런 질문을 먼저 생각하려고 합니다.
🤔 이 기능은 정말 필요한가?
01. 사용자가 지금 이 정보를 필요로 하는가?
사용자가 실제로 이 정보를 찾는 상황인지 생각합니다.
02. 지금 보여줘야 하는가?
필요한 정보라도 모든 화면에서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03. 다른 정보보다 중요한가?
한 화면에 정보가 많아진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04. 기능을 추가했을 때 사용자의 행동이 쉬워지는가?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기능이 추가됐는데 사용자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면, 과연 좋은 추가일까요?
🧠 디자이너가 기능을 ‘빼는’ 이유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는 화면에 무언가를 채우는 일이 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빈 공간이 있으면 뭔가를 넣어야 할 것 같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버튼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경험할수록 오히려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넣을지 결정하는 것보다 무엇을 넣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요청이 들어왔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정보도 메인 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럴 때 무조건
“안 됩니다.”
라고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대신 왜 필요한지부터 다시 확인합니다.
“이 정보를 가장 많이 확인하는 상황이 언제인가요?”
“사용자가 이 정보를 확인한 다음 어떤 행동을 하게 되나요?”
“이 정보가 없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이렇게 질문하다 보면 처음에는 하나의 기능처럼 보였던 요구사항이 사실은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꼭 새로운 기능일 필요는 없습니다.
🎯 좋은 UX는 모든 요구를 넣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이너가 모든 요청을 그대로 화면에 넣는다면 오히려 디자인은 쉬울지도 모릅니다.
버튼을 만들고, 카드를 만들고, 메뉴를 만들고, 정보를 배치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UX 디자인은 단순히 요구사항을 화면에 배치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이 기능은 지금 필요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해야 하고,
때로는
“이 기능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요구사항을 디자이너의 판단만으로 제거할 수도 없습니다. 실제 업무에서는 비즈니스 목적도 있고, 운영상의 이유도 있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담당자의 요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누가 맞느냐를 결정하는 것보다 서로의 목적을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형태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능을 추가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기
저는 요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다음 세 가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01. 이 기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모든 사용자를 위한 기능인지, 특정 사용자만 사용하는 기능인지 구분합니다.
02. 이 기능이 없으면 정말 문제가 생기는가?
“있으면 좋겠다”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03. 기능이 추가된 뒤 사용자는 더 쉽게 행동할 수 있는가?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사용자가 해야 하는 생각과 행동이 줄어드는지를 봅니다.
결국 좋은 서비스는 기능이 많은 서비스가 아니라,
사용자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을 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
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 마치며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사용자가 보고, 읽고,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도 함께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UX를 만드는 과정에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뿐만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디자이너의 역할 역시 단순히 예쁜 화면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복잡해지는 서비스를 다시 단순하게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것도 디자이너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