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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없어도 스타트업은 굴러간다

박재원-UIUXBX5분 읽기

디자이너가 없어도 스타트업은 굴러간다

안녕하세요, 디라이브에서 UI/UX 디자인을 하고 있는 박팀장입니다.

요즘은 디자인하기가 참 쉬워졌습니다. 기획자가 Figma에서 화면을 만들고, 개발자가 AI에게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줘”라고 하면 그럴듯한 화면이 몇 초 만에 나옵니다. 식당 사장님이 직접 AI로 메뉴판이나 전단지를 만들기도 하고, 실제로 디자이너가 만든 시안보다 AI로 만든 이미지가 더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그렇다면 정말 디자이너가 필요 없어진 걸까요?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01. 이제 디자인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예전에는 디자인을 하려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툴을 다룰 줄 알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느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줘.” “고급스러운 카페 전단지를 만들어줘.” “우리 서비스에 어울리는 앱 화면을 만들어줘.”

이 정도의 요청만으로도 꽤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AI가 만든 이미지나 디자인을 실제 서비스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럴듯한 결과물과 좋은 디자인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쁜 화면 하나를 만드는 것과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02. 디자이너의 일은 ‘예쁘게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 디자인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 기능도 넣어주세요.” “이것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경쟁사에는 있던데 우리도 넣으면 안 될까요?”

이때 단순히 화면을 만들어주는 것만 생각하면 디자인은 굉장히 쉬워집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필요한가요?”

누구에게 필요한 기능인지, 지금 보여줘야 하는 정보인지, 기존 기능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지, 사용자가 실제로 이 화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AI에게도 화면을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에게 “우리 회사가 지금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까지 판단해줘”라고 맡기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03. 작은 회사일수록 디자인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디자인을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 위한 작업’으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대기업은 이름 자체가 설명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 들어본 회사라도 “아, 그래도 이 회사라면 어느 정도 믿을 만하겠지.” 라는 전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회사는 다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회사 이름을 검색했는데 홈페이지가 어설프고, 서비스 화면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소개 자료까지 조잡하다면 그 사람은 그 회사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전에 그냥 나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Stanford의 웹 신뢰도 연구에서도 사람들이 웹사이트의 신뢰성을 판단할 때 시각적 디자인과 전문적으로 보이는 인상을 중요한 단서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각적 완성도가 높은 사이트가 더 높은 신뢰도를 얻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은 작은 회사에게 ‘있으면 좋은 것’이라기보다 처음 만나는 고객에게 회사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04. 그래서 AI가 만든 디자인이 더 좋아 보일 때도 있다

이 부분은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더 예쁠 때도 있습니다.

빠르고, 트렌디하고, 보기 좋습니다. 심지어 디자이너가 며칠 고민해서 만든 시안보다 처음 봤을 때 더 그럴듯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디자이너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디자인을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결과물 자체보다 그 결과물이 왜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기획자는 화면을 만들 수 있고, 개발자도 어느 정도의 UI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결국 회사와 사용자가 만나는 지점을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보여줄지, 무엇을 숨길지,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어떤 인상을 남길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며

디자이너가 없어도 스타트업은 굴러갑니다.

AI가 있고, Figma가 있고, 좋은 템플릿도 많습니다. 어쩌면 예전보다 훨씬 쉽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그럴듯한 결과물이 아닙니다. 아무도 우리 회사를 모를 때 “여기는 뭔가 제대로 하고 있네.”라는 첫인상을 만들고,

수많은 기능 중에서 “이건 꼭 필요하고, 이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회사가 하고 싶은 말과 사용자가 듣고 싶은 말 사이에서 적절한 답을 찾아주는 것.

저는 그게 지금 시대에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좋은 디자인을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는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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