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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차량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착할까
디라이브를 소개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위치 관제는 이미 다들 잘 하고 있는데, 굳이 ECU까지 뜯어서 뭘 하려는 거예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우리가 왜 차량 안쪽의 데이터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그 데이터로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디"는 풀렸다. 남은 건 "어떻게"다
지난 20년간 차량 관제 기술은 한 가지 질문에 답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GPS가 싸지고 지도가 좋아지고 배차 최적화 알고리즘이 발전하면서 이 질문은 꽤 잘 풀렸습니다. 특히 물류에서는 수천 대의 차량을 어떤 순서로 어디에 보낼지 결정하는 기술이 실무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관리자는 사무실에 앉아 차량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 성과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다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차량은 기업이 가진 자산 중에서도 유독 이상한 자산입니다. 취득 원가는 명확한데, 운영 비용은 어디로 새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
- 같은 노선을 도는 두 차량의 유류비가 왜 20% 차이 나는지
- 이 차의 브레이크를 지금 갈아야 하는지, 5,000km 더 타도 되는지
- 지난달 접촉 사고가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일어났는지
위치 데이터로는 답할 수 없습니다. 차량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차량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차량 밖에서 배운 것
사실 디라이브는 처음부터 FMS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운전 습관 점수였고, GPS로 그 점수를 만들면서 한 가지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차량 밖에서 차량을 추정하면 안 된다는 것.
GPS로 알 수 있는 건 위치의 변화, 즉 속도와 가속도뿐입니다. 급가속인지 내리막에서 자연스럽게 빨라진 건지, 앞차를 피하느라 급제동한 건지 구분이 안 됩니다. 운전자에게 "감점됐습니다"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왜"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점수는 신뢰받지 못하고, 신뢰받지 못하는 점수는 조작됩니다. 점수가 보험료와 연결되는 순간 운전자는 앱을 켜지 않고 운전하거나, 켠 동안만 얌전히 달립니다.
이 경험이 우리를 차량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추정이 아니라 사실을 봐야 했습니다.
차량은 이미 스스로 기록하고 있다
모든 차량에는 ECU가 있고, OBD2 포트를 통해 이 ECU가 보는 것을 밖으로 꺼낼 수 있습니다.
- 파워트레인 — RPM, 엔진 부하, 스로틀 개도, 연료 분사량
- 주행 — 차량 센서 기준의 속도, 누적 주행거리
- 진단 — 고장 코드(DTC), 센서 이상 플래그
- 소모 — 연료 소모량, CO₂ 배출량
디라이브의 디바이스는 이걸 운전하는 내내 실시간으로 읽어 올립니다.
이 데이터가 어떤 성격인지는 EDR을 떠올리면 됩니다. 급발진이나 대형 사고가 났을 때 국과수가 차량에서 꺼내 보는 그 데이터입니다. 사고 직전 몇 초간의 속도, 스로틀, 브레이크, RPM이 기록되어 있어 "그 순간 차가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가"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시계열로 쌓으면 관제의 성격이 바뀝니다. "어디 있나"에서 "어떤 상태인가"로. 공회전과 급가속이 유류비로 환산되고, 고장 코드가 뜨기 전의 주행 패턴이 정비 시점을 알려주고, 충격 패턴이 사고의 순간을 그대로 남깁니다. 관리자가 보는 것은 지도가 아니라 차량이라는 자산 그 자체가 됩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TCO 절감은 첫 번째 목표이지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쌓다 보니 더 큰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꿈 하나. 주먹구구로 움직이는 시장을 정량화하기
모빌리티 시장은 그 규모에 비해 놀랄 만큼 많은 부분이 감과 관행으로 돌아갑니다.
- 보험료는 운전자의 나이, 차종, 사고 이력 같은 대리 지표로 정해집니다. 그 차량이 실제로 어떻게 달리는지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 정비는 어디를 언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가 정비사의 판단과 운전자의 느낌에 맡겨져 있습니다.
- 중고차는 시세표와 주행거리 하나로 값이 매겨집니다.
이 차량이 보험료를 얼마 내는 것이 적절한지, 정비는 어디를 어떻게 받는 것이 맞는지, 언제 파는 것이 맞는지. 우리는 이 질문들이 전부 ECU 데이터로 정량화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관제하면서 쌓은 데이터가 관제 밖에서 가치를 만드는 것. 이것이 첫 번째 꿈입니다.
꿈 둘. 자율주행이 필요로 하는 재료
지금의 자율주행은 대부분 규칙 기반입니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나도 줄인다"는 조건을 쌓아 올린 구조입니다. 업계가 향하는 곳은 E2E(End-to-End), 즉 규칙 없이 AI가 입력부터 제어까지 한 번에 판단하는 자율주행입니다.
E2E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결정적인 재료가 하나 필요합니다.
이 데이터를 대규모로 가진 곳은 지금까지 차량 제조사뿐이었고,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이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공급하는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디라이브가 오늘 관제 사업을 하며 매일 쌓는 데이터가, 몇 년 뒤에는 자율주행 AI의 학습 재료가 됩니다. 이것이 두 번째 꿈입니다.
집착의 이유
여기까지 읽으면 우리가 왜 데이터에 집착하는지 설명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차량이 지나간 순간의 RPM, 스로틀, 연료 분사량은 기록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집니다. 위치는 다른 방법으로 복원할 여지라도 있지만 차량 내부 상태는 그렇지 않습니다. 3년 뒤 자율주행 모델을 학습시키고 싶어졌을 때, 보험사가 주행 기반 상품을 만들고 싶어졌을 때, 그때부터 모으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그래서 지금 모읍니다.
디라이브는 오늘 차량 관제 SaaS입니다. 기업이 차량에 쓰는 돈이 어디로 새는지 찾아내고, 그 비용을 실제로 줄여주는 것이 우리가 고객에게 하는 약속이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리 사업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 나라에서 누구도 가지지 못한 데이터를 매일 쌓고 있습니다. 차량 한 대가 어떻게 달리고, 어떻게 소모되고, 어떻게 고장 나고, 어떻게 늙어가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감으로 매겨지던 보험료, 느낌으로 결정되던 정비, 시세표 한 장으로 정해지던 중고차 가격, 그리고 사람의 운전을 배워야 하는 자율주행. 이 시장들이 지금까지 정량화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이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위치를 보여주는 일은 다른 회사들이 충분히 잘합니다. 우리는 기업의 차량 비용을 줄이면서, 그렇게 모은 데이터로 모빌리티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