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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반말을 하는가

두강명 · 디라이브 대표5분 읽기

왜 우리는 반말을 하는가

디라이브에서는 전원이 반말을 씁니다. 대표에게도, 팀장에게도, 어제 입사한 사람에게도 똑같습니다.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과 가장 어린 사람은 일곱 살 넘게 차이가 나는데, 그 둘도 서로 반말을 합니다. 밖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농담인 줄 압니다. 농담이 아니어서, 왜 이렇게 하게 됐는지 적어 둡니다.

스타트업이 가진 건 속도뿐입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우리보다 돈도, 사람도, 고객도 많습니다. 대신 결정 하나에 보고와 검토와 승인이 붙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절차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그 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결정하고, 먼저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보고 방향을 고치는 것. 틀릴 가능성을 안고 빨리 움직이는 게 우리의 역할이고,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AC와 VC의 돈을 모험자본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러니 결정이 느린 스타트업은 가진 단 하나의 무기를 스스로 내려놓은 셈입니다.

의견을 물었는데 PPT가 돌아왔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지인과, 지인의 지인으로 팀을 꾸렸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디자이너 한 명이 합류했습니다.

어느 날 간단하게 정할 일이 하나 있어 그 친구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그것만 들으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결정의 과정까지 궁금할 만큼 중요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는 한 시간만 달라고 하더니 PPT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 친구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대표가 물었고, 자신은 막 들어온 사람이니 의견에 근거를 갖춰 가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겁니다. 문제는 그렇게 판단하게 만든 구조였습니다. 어설프게 직책이 있고, 직함이 있고, 선후배가 생기다 보니, 빨리 정하고 넘어가면 될 일에서 서로가 그 결정의 타당성을 입증하느라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의견을 물었는데, 그 친구는 보고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고른 방법이 반말입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시도는 이미 많습니다. 영어 이름, 님 호칭, 애자일 조직. 우리도 도입을 고민했던 문화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한 건 위계를 "정말로"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어에서 위계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말끝입니다. 호칭을 바꿔도 말끝이 그대로면 문장은 여전히 보고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끝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대표도 팀장도 없이, 전원 반말. 규칙은 그게 전부입니다.

달라진 것 하나, 작은 결정

회의실을 예약하지 않습니다. 물어볼 게 있으면 그 사람 자리로 가서 묻고, 그 자리에서 답을 듣고 돌아옵니다.

"이거 A로 갈까, B로 갈까?"

"B."

따로 재 본 적은 없지만, 체감으로는 작은 결정에 드는 시간이 예전의 10분의 1 정도입니다.

달라진 것 둘, 큰 결정

의외였던 건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에서의 변화입니다. 신규 서비스를 놓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때, 회사의 중요한 방향을 정해야 할 때, 제가 "내 결정에 동의해?"라고 물으면 우리 팀에서는 일단 "아니"가 먼저 나옵니다.

누가 불편해하지 않을까, 내가 선을 넘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은 뒤로 미뤄 두고, 각자 회사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설득하고 싸워서 이기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더 좋은 방향이 있으면 편하게 꺼내 놓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의견이 더 많이 나옵니다. 대표의 의견도 여러 의견 중 하나로 테이블에 올라가고, 이기려면 저도 설득해야 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단점도 분명합니다

고객사 미팅이나 박람회 같은 외부 자리에서 우리끼리 무심코 반말이 튀어나옵니다. 나가기 전에 "오늘은 조심하자"고 서로 다짐하고 나가는데도 그렇습니다. 습관이 무섭습니다.

밖에서 보면 대표에게 반말하는 직원, 일곱 살 위 동료에게 반말하는 막내는 편한 조직이기 전에 가벼운 조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 인상은 회사의 신뢰도로 이어집니다. 이 문제는 아직 깔끔하게 풀지 못했습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는 연세가 정말 많으신 이사님들도 합류하고 계시고, 팀원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겁니다. 분명히 한 번은 크게 바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단계에서는, 적어도 지금 우리 팀에는 잘 맞는 문화입니다. 이제 2~3년차인 회사에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습니다. 맞지 않는 때가 오면 그때 바꾸면 됩니다.

빨리 정하고, 해 보고, 아니면 고치는 것. 반말을 시작한 이유가 애초에 그거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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